기본소득제에 대하여 | |
작성자 | 오영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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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어렸을 때에, 2000년대 초반에는 새로이 다가온 21세기를 맞아 앞으로의 미래를 예상하는 책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그런 책들에서는 태양광발전이나 수소에너지, 생체 칩과 같은 꿈과 같은 이야기들이 많이 적혀있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저는 이런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았습니다. 미래에서는 로봇들이 사람들이 해야 할 일을 대신 해주기 때문에 사람들은 전혀 일할 필요 없이 생활에 필요한 재화를 공급받게 된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제 생각보다도 훨씬 빨리 현실에 나타났습니다. 기본소득제라는 이름으로 말이죠. 기본소득제란 말 그대로 아무런 일을 하지 않아도 그 나라에 살고 있기 때문에 받을 수 있는 소득입니다. 이 제도를 시행하면 사람들은 살아가는 데에 가장 중요한 첫째 문제,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일단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되면, 자기의 꿈을 위해 노력하는 일에 '보험'이 생길 수 있습니다. 내가 무슨 선택을 하더라도 살아갈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망이 펼쳐지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현재 널리 퍼져있는 '취직을 염두해야 하기 때문에 별 관심도, 흥미도 없는 과로 진학하는 경향'도 확실히 많이 줄어들 것이고, 또한 먹고 사는 문제에 가로막혀 사람들이 자기의 꿈을 중도에 포기하는 일도 줄어들 것입니다. 또한 기본소득제로 인해 생긴 여유로 사람들은 자기성취를 위한 공부에 매진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실제로 기본소득제도는 2015년 핀란드와 네덜란드가 처음으로 도입을 검토했고, 2016년 2월 스위스에서는 이를 위한 찬반투표도 실시했었습니다. 비록 결과는 거부로 끝났지만, 이러한 시도를 한다는 것 자체에 그 의미가 있습니다. 또한 2016년 말 뉴질랜드 오클랜드시에서는 6개월에서 1년 정도 기한을 잡고 주민 100여 명을 대상으로 매달 2천 달러 규모의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실험을 시작했습니다. 2017년 핀란드에서는 그 규모를 훨씬 키워 실업자 2000명에게 아무런 제한이나 조건 없이 2년간 매월 560유로씩을 지급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아직은 실험단계에만 머물러있기는 하지만, 이러한 기본소득제 실시가 세계에서 계속해서 바라보고 있는 추세이며 시간이 지날수록 사회에 기본소득에 대한 압박이 커질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이 새 제도가 시행된다면 분명 기본소득에 만족해 자기개발을 게을리 할 사람이 나타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 사람은 그냥 놀게 하면 됩니다. 애초에 기본소득제라는 제도 자체가 사회의 부가 그런 사람들 까지도 다 감당할 수 있게 된 후에야 실시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어차피 현재의 제도에서도 오히려 먹고 사는 문제 때문에 자기개발을 중지하는 경우도 많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대학원을 가고 싶은 학생이 집 형편이 좋지 않으면 학부로 만족해야 하는 것이고, 더 심하면 대학조차도 못 갈 수도 있습니다. 요즘 시대에 대학교도 안 가는 사람이 어디 있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진짜 믿기도 힘들만큼 열악한 환경에 사는 사람은 많이 있습니다. 단지 그런 사람들이 우리 곁에 없기에 잘 보이지 않는 것뿐입니다. 기본소득제는 이러한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이 제도는 단순히 사람을 게으르고 편하게만 해 주는 제도가 아닙니다. 또한 기업의 입장에서도 기본소득제는 그리 나쁜 제안이 아닐 것입니다. 사회에서는 해마다 로봇과 자동화 기술이 발달하고, 또한 해다 다르게 그 값이 싸지고 있습니다. 반대로 사람들이 잘 살게 하기 위해 최저소득은 계속 높아져만 가니, 결국 기업의 입장에서는 기계 도입을 위한 자동화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실업자가 생기는 것이 곧 사회문제가 되는 현재의 경제구조 하에서의 정부는, 사람들이 돈을 벌고 먹고 살게 해 주기 위해 이러한 기계화와 자동화를 늦추기 위한 규제를 고려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곧 기술발전을 가로막는 행위입니다. 현재 미국에서 기계화된 목화밭의 경우, 한 농장에서 1년간 농사지은 목화로 옷 1000만 벌을 만들 수 있다고 합니다. 반대로 전통적인 목화밭의 경우에는 1년 농사지어서 옷 100벌은 만들 수 있었을까요? 이렇게 기술발전은 사람들의 상상을 뛰어넘는 막대한 이득을 가져다 줄 수 있습니다. 허나 이러한 풍요로운 세상을 한참 만드는 와중에 기술발전이 실업자를 발생시킬 수 있다고 그에 규제를 가하려 한다면, 과연 이는 옳은 방법일까요? 차라리 기본소득제를 실시하여 실업자 발생으로 인한 사회문제를 한층 경감시킨 채 아무런 제약 없이 신기술을 개발하도록 돕는 쪽이 더 맞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물론 이 제도를 지금 당장 도입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입니다. 한국보다 4배, 5배를 더 잘사는 서유럽의 일부 국가들에서조차 아직 시험단계에 머물고, 또 번번히 좌절하고 있는 이런 제도가 근 10년, 아니 20년 안에 한국에서 시행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불성설이겠지요. 그저 저와는 상관없는 먼 미래에, 지금 추세로 사회가 발전해간다면 결국 이런 제도도 실시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이 이야기를 꺼내보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