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루살렘과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 |
작성자 | 오진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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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한다고 공식 선언하고, 미 국무부에게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이전하라고 지시했다. 그런데 분쟁 지역인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한다는 것은 중동 내 정치·종교 대립을 격화시키는 것이 된다. 이러한 트럼프의 친이스라엘 편향적 정책은 그의 미국 우선주의와 신고립주의처럼 여태까지 지켜온 미국의 외교와 국제규범에 맞지 않을 뿐 아니라 분쟁을 야기 시키는 무리수로 보아지고 중동 지역의 평화가 깨어질 우려가 있다.
트럼프는 백악관에서 발표한 성명에서 "이제는 공식적으로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할 때"이며 "이는 옳은 일이며 이미 해결해야 했을 문제"라고 했다. 트럼프의 결정에 대하여 이스라엘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는 "평화를 위한 중요한 발걸음을 내디뎠다" 그리고 이스라엘 대통령 레우벤 리블린도 "아름다운 선물"이라고 환영을 발표하였다. 그러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 유럽 주요국 정상도 일제히 "중동 평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트럼프의 결정에 유감을 표시했다. 분쟁지역 당사자인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TV 연설에서 "(트럼프의) 이번 조치가 종교전쟁을 부추기고 팔레스타인을 끝나지 않을 전쟁으로 인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미국의 오랜 우방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살만 국왕도 "세계의 강경 무슬림을 도발하게 할 것"이라며 우려를 표시했다. 유대계 인사(人士)들이 미국 정계와 재계 등 각 계층의 심장부에 자리잡고 있어서 미국의 친이스라엘 정책은 불가피하나 이스라엘에 대한 트럼프의 친이스라엘 편향적 정책은 여태까지 조심스레 그 수위를 조정해온 예루살렘 지위의 현상 유지를 깨뜨리고 중동에 분쟁을 야기시키는 것으로서 보아진다. 미국 정가에서는 러시아 스캔들로 궁지에 몰린 트럼프가 돌파구를 열기 위해 정략적으로 예루살렘을 활용하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가 유대계와 가까운 당내 기독교 복음주의 세력의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해 유대계의 숙원을 들어주려 한다는 것이다. 미 대사관의 예루살렘 이전은 트럼프의 핵심 대선 공약이었고, 이번 선언을 통해 미국 내 유대인과 보수파의 지지층 결집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이들의 설득이 먹혀들었다고 한다. 각료들은 이 선언을 만류했음에도 불구하고 트럼프는 이를 강행한 것이다. 국제 분쟁 이슈를 미국의 국내 정치의 정략에 끌어 들인다는 것은 미국이 대국답게 국제적인 갈등 해결의 규범역할을 하여온 여태까지의 보편적 윤리적 위상에서 퇴각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여태까지 미국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팔례스타인의 평화 협정을 중재자 역할을 해왔는데 이제 그 역할을 폐기하고 일방적으로 이스라엘 편에 서는 것은 그 중재자의 역할을 포기하는 것이다. 예루살렘을 둘러싼 역사적 갈등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기독교, 유대교, 이슬람교가 모두 성지로 상정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1947년 유엔은 예루살렘을 국제법상 어떤 국가에도 속하지 않는 지역으로 선포하기도 했다. 1967년에는 이스라엘이 예루살렘 동부와 요르단 강 서안 지구를 점령하고 예루살렘 전체를 자신들의 수도라고 천명하기도 했다. 이에 반해 팔레스타인은 예루살렘 동부를 자신들의 미래 수도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여태까지 미국 역대 대통령들(레이건, 카터, 클린턴, 부시, 오바마 등)은 이스라엘과 동맹국가였지만 예루살렘이 이스라엘 수도라는 주장을 선거공약에서는 했으나 취임 후 공식으로 이행하지 않았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국의 평화적 공존을 강조하는 '두 국가 해법'에 따라 양국 사이 갈등을 중재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이번 트럼프의 선언은 두 국가의 평화적 공존을 위한 공정한 중재자의 지위를 포기한 것이다. 트럼프 '예루살렘 선언' 후 서안 라말라에선 12월 10일 나흘째 격렬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팔레스타인은 12월 6~8일을 '분노의 날'로 선포했고, 레바논을 비롯한 전세계 이슬람국가에서 대대적인 반미(反美) 시위가 확산되고 있고 각지에서 유혈사태가 발생하며 희생자가 속출하고 있다. 오늘날 미국의 친이스라엘 편향적 정책은 중동평화를 정착하는 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세계의 종교적 정치적 화약고인 예루살렘의 평화는 유엔을 중심한 국제사회가 중재하는 정치적 종교적 중재와 양보를 통해서 분쟁 억제라는 소극적인 면에서만 가능하다. 트럼프의 정책 처럼 미국이 친이스라엘 편향적 정책으로 아랍민족의 생존권을 훼손하면 중동은 걷잡을 수 없는 분쟁으로 휘말릴 것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상호 제한과 양보만이 오늘날 중동지역의 평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